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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한국사

한민족은 단일민족인가?

by 바투리아 201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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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은 단일민족인가?

- 단일 민족은 존재하는가?




얼마 전 유튜브에서 역사 관련 영상을 하나 봤다. 조선시대의 "백정"이 이제까지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도축업자"가 아니라 원래는 고려시대부터 한반도에 유입되어 정착한 거란족의 후예를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거란인들은 고려인들의 적개심의 대상이 되어 상당히 사회적 멸시와 천대를 받아왔다. 새롭게 왕조를 연 조선은 이 거란인들을 흡수하기 위해 "백정"이라고 부르며 동화정책을 폈으나 오랜 세월 동안 거란인들은 농경보다는 사냥, 목축업에 종사했다. 그리고 더 오랜 세월이 지난 조선 후기에 와서야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전문적인 도축업자로 정착하게 되고, 이에 따라 현재에는 "백정"을 "도축업자"로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영상에 달린 댓글 중 하나를 보니, 어떤 사람이 "5000년 역사를 지닌 단일민족을 유지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아마 일부 거란인들이 수 백 년의 세월 동안 한반도에 정착하게 된 것을 현재 중국인, 동남아시아인들이 한반도에 결혼이주 등을 하는 것에 비유하며, 이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 같았다. 나는 이 댓글에 나의 소견을 짧게 답글로 달았다. "5000년 역사를 지닌 한민족이라는 단일민족은 없다"라는 요지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그 자의 답글이 가관이다. "오천년역사와 우리민족은 단일민족에 한핏줄이라고 학교 교과서에도 나와있는데"라고 한다. 좀 당황스러웠다. 이건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무식하다고 해야 할지. 추가 답글을 달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 교과서에 나와 있는 이야기는 그냥 진실이구나? 그럼 뉴라이트가 새롭게 펴낸 역사교과서에 있는 내용들도 모두 진실인가?




단일민족설은 1900년대 이전에는 단 한차례도 우리 역사에 등장한 적이 없다. 최초의 단일민족설은 일제강점기에 잠시 등장했다가 곧 사라졌고, 역사에 다시 등장한 것은 해방 이후 남북이 분단될 위기에 처했을 때다. 즉, 원래부터 단일민족이었던 것이 아니라 역사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개념인 것이다. 




그 후 우리가 단일민족인지 다민족인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 있어 왔다. 다민족이라는 주장은 예, 맥, 부여, 삼한 등 한반도에 이미 정착해있던 기본 종족들 외에 한인(중국인), 몽골인, 만주인(여진, 거란 등), 왜인(일본인) 등의 여러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요지다. 




보통 여러 종족이 뒤섞이게 된 이유로 거대한 전쟁을 든다. 우리로 따지면, 고려시대 몽골족에 정복당한 시기라든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거대한 전쟁 기간 동안 약탈과 강간이 수없이 행해져 핏줄이 섞이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에는 "우리는 단일혈통이지만 전쟁에 패해 원하지 않는 혈통과 섞이게 된 것"이라는 관념이 깔려 있다. 하지만 나는 수 천년의 역사 속에서 이러한 거대한 전쟁은 아주 짧은 기간에 불과했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종족이 섞이게 된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고대에는 지금처럼 국경이 명확하지 않았다. 각 왕조가 지금처럼 "면"으로 땅덩어리를 지배한 것이 아니다. "점(성채)"과 "선(보급로, 도로)"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 더욱 사실에 가깝다. 변경 지방에 가까울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했다. 각 왕조의 변경을 지키는 성채들이 있었지만 이 성채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꼭 그 왕조의 지배집단의 종족과 동일하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유랑민들의 이주가 지금보다 비교적 자유로웠다. 종족이 섞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일상적인 교류 외에도 여러 역사적 사건들 덕분에 여러 종족이 뒤섞일 수밖에 없기도 했다. 고조선시대의 한사군 설치 및 중국인들의 이주, 고구려 멸망 후 안동도호부 설치 및 중국인들의 이주 등이 그 예다. 또한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반도에 살던 종족들 역시 다른 계통의 다양한 종족이 있었다. 부여, 예, 맥, 한(삼한) 등. 이들은 서로를 동일한 집단이라 여기지 않았다. 특히 백제, 신라, 고구려가 한반도에서 각축을 벌이던 삼국시대가 되어서조차 신라와 백제, 고구려는 서로를 같은 민족이라 여기지 않았다. 이 종족들 사이로 북방의 여러 민족들이 또 섞이고, 이후 한반도에 통일왕조가 생긴 이후로도 수없이 뒤섞여 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근대 이후의 민족개념으로 고대, 중세의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하기 시작하면 어처구니 없는 역사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서기 375년경 백제 전성기 시절(근초고왕, 근구수왕)의 한반도 영역도. 한반도에 영역을 갖고 있던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는 만주와 중국대륙, 그리고 왜의 여러 종족과 치열한 전쟁과 외교전을 진행하며 한반도에서 각축을 벌였다. 이들이 서로를 같은 민족으로 여겼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이다"라는 관념은 애초부터 실재하지 않는 대상을 놓고 진실이라고 여기는 환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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