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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 세상

내 물생활의 간략한 역사

by 바투리아 201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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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생활을 시작한지 어언 만 4년. 2011년 결혼 직후부터 집에 어항을 들여놓기 시작했으니까 햇수로는 5년차다. 당시 결혼을 하자마자 결혼 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부모님댁에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열대어 기르기를 꿈꿔왔고, 정말 우연히도 아파트 단지 상가에 열대어 수족관이 있었다. 그래서 아내의 동의를 구한 후 당장 2자(가로 폭 60cm)짜리 어항을 구입해 왔다. 그리곤 집에 있는 가구 위에 멋지게 올려놓았다. 구피, 왁 플레티, 더블 소드 테일, 블랙 몰리, 코리도라스 같은 예쁜 물고기들도 사서 말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어항을 올려 놓은 가구의 상단면이 점점 내려 앉기 시작했다. 엄청난 어항의 무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또한 물고기가 하나 둘 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유는 잘 몰랐다. 그저 열대어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보니 '여과력'이 부족해서 물고기가 죽는 것이라고 했다. 당장 달려가서 여과기를 추가로 샀다. 멍청하게도 측면여과기를 구입했다. 

 

 

 

결국 사건이 벌어졌다.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와보니 어항을 둔 작은 방이 온통 물바다였다. 가구 상단면이 어항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내려앉아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어항의 수평이 맞지 않아 물의 무게가 어항의 한쪽 면으로 쏠린 것이다. 결국 무리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어항이 줄줄 새기 시작한 것 같다. 그날 밤 열심히 온 방에서 물을 빼내느라 고생을 하고 잠시 망연자실했다. 물생활을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나의 잘못을 발판으로 수정 발전하며 더 이어나갈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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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인터넷을 뒤져서 2자 1단 프로파일 축양장을 구입했다. 프로파일 축양장은 수십톤의 무게도 견딘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항 무게 때문에 내려앉을 일도 없고 어항 수평이 맞지 않을 일도 없는 것이다! 가격은 15만원 가량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음 같아서는 2자 2단, 또는 3자 1단을 구입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가격 문제도 있었고 내가 살던 부천 아파트는 무척 좁았다. 

 

 

<그 프로파일 축양장이 바로 이 녀석이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아주 튼튼하게 어항들을 지탱해주고 있다.>

 

 

 

이렇게 축양장을 들여 놓은 후 자신있게 2자 어항을 또 하나 구입했다. 그래서 위 쪽 어항에는 열대어를 아래 쪽 어항에는 가재를 길렀다. 그 가재는 클라키라 불리는 종이었는데, 백색이어서 화이트클라키라 불렸다. 가재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신도림역에서 치가재(새끼 가재) 4마리를 1만원 주고 사온 기억이 아직 새록새록 하다. 이 치가재 중 한 마리가 성체까지 성장하여 포란(알을 배는 것)을 해서 수백 마리의 치가재를 낳은 것 역시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치가재 대부분은 내가 카페에서 치가재를 구입해왔듯 카페 내에 화이트클라키 치가재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분양했다. 그 후로 오렌지클라키, 믹스클라키, 미스테리가재, 블루크로우 등을 키워봤다. 지금은 모두 분양하거나 죽어서 화이트클라키 암컷 1마리만 남아 있다. 이 암컷은 2자 어항에서 빼내 작은 사육통에 기르고 있다. 

 

 

원래 윗 쪽 메인어항에는 잡다한 열대어들을 키웠었는데, 서울로 이사하면서 모두 비우고 방치해두었다가 한달 전부터 새롭게 물생활을 시작했다. "물생활은 구피로 시작해서 구피로 끝난다"라는 말이 있던가. 나도 이것저것 어종을 바꿔가며 키우고, 심지어는 민물고기까지 키우다가 이번에 새롭게 시작할 때는 역시 구피로 시작을 했다. 구피는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 까다롭지 않은 식성, 온순함, 알을 낳지 않고 직접 새끼를 낳는 난태생어종의 특성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2011년 처음 물생활을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구피 5쌍과 왁플레티 2쌍, 블랙 몰리 3쌍, 더블 소드 테일 2쌍, 그리고 코리도라스 4마리를 어항에 투입해서 기르고 있다. 수초는 관리하기 너무 귀찮아서 그냥 인공수초 몇 촉을 넣어 두었다. 인공수초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볼만하다. 실은 전혀 손이 안가서 너무 좋다. 

 

 

새롭게 들어온 구피들은 이미 여러 차례 출산을 했고, 블랙 몰리와 더블 소드 테일 역시 두 차례 출산을 했다. 이 녀석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냥 귀엽고 이쁘다. 어떤 분은 자신의 물생활을 '힐링'이라 표현하던데, 나도 그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좋은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포유류를 사육하는 것과 조금 다르겠지만 이 작은 물 속 생명들을 기르고 번식시키는 과정들은 일종의 정신 수양과도 같다. 내 손가락 한마디, 손톱 크기만한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고 있노라면 웬지 모를 기쁨을 느낀다. 

 

 

언젠가 좀 더 큰 집으로 이사할 수 있다면 반드시 3자 2단 짜리 축양장을 구입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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