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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했다

by 바투리아 2021.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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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열흘 전인 11월 10일, 드디어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합격자발표일인 11월 10일 오전 9시, 나는 오전 8시50분부터 마음 졸이며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합격자 통보가 카카오톡으로 오기도 하지만 혹여나 누락될 수도 있으므로 직접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이것저것 그냥 클릭해보다가 8시 59분, 숨을 죽이고 합격자 발표란을 여러차례 새로고침 하고 있었다.

드디어 9시 정각. 내가 확인한 글자는 파란색의 "합격" 두 글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리 속이 멍해졌다. 드디어 해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얼마나 간절히 바랬었던가. 합격 두 글자를 확인하고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은 9시 1분. 아내는 전화를 받더니 "고생했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갑자기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것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마흔 살이 넘어서 하는 전문직 수험 공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갑자기 모든 것이 가슴 속에서 울컥울컥 거렸다. 눈물이 자꾸 나와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흐느껴 울었다. 더 엉엉 울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내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 눈물을 닦고, 아버지, 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 형, 처제에게 차례로 연락을 했다. 모두 기뻐해주셨다.


이번 32회 시험을 마치고 합격 가능성 80%이상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비관적으로 변했다.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떨어진다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우스개소리로 불합격은 "징역 1년에 벌금 2000만원"이라고 한다. 또다시 징역살이 1년을 해야 한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또다시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부모님, 장인어른 장모님께 면목이 없어질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다. 이제 그러한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처음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던 날, 감정평가사에 대해 알아보던 시간들, 그리고 그날 밤 아내에게 감정평가사 시험준비를 하겠다고 말하던 순간, 곧바로 동의해주고 바로 강의까지 결제했던 기억, 시험을 준비한다고 밝혔을 때 양가 부모님의 기뻐하시는 표정, 도서관, 독서실, 작은 방 책상, 강의실, 온라인 수업, 첫 스터디, 학원 가는 길, 도서관 옆 산책길, 신림동 밥집, 처음 보았던 2차 시험, 절망, 고통, 고독, 괴로움, 허리통증. 여러가지가 마구잡이로 머리 속에서 떠오른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날들.

지난 열흘 간 취업 때문에 무척 바빴다. 오랜만에 취업활동을 하려니 힘들다. 면접에 불러주기만 해도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으로 달려갔는데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다. 다음 주에도 면접이 예정되어 있다. 면접을 보고 나면 좀 진이 빠진다. 사실 20년 전의 대학생 때의 일까지 이것저것 캐묻는 면접관도 있는데 오래된 이야기들이라 잘 기억도 나지 않고 생각치도 못했던 것들에 대한 질문도 나와서 답변을 헤맬 때도 있었다. 지친다.

어쨌든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마흔 살이 넘어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가족들, 주변 사람들, 친구들, 그리고 세상만물 모두 소중하게 여기며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다. 물론 현실은 시궁창일 가능성이 높지만, 고고하게 잘 살아보자. 새로운 첫 발을 디딘 나를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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