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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원영이를 애도하며...고통없는 곳으로 가길 바란다...

by 바투리아 2016.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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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아, 이 귀여운 아이야.




원영아 지난 주에 비로소 아저씨는 너에 대해 알게 되었단다. 여러 언론에 사라진 너를 찾기 시작했다는 소식과 함께 네 사랑스러운 미소와 개구장이 표정이 대문짝만하게 나오기 시작하더라. 왜 이제서야 사람들이 너를 찾기 시작했는지... 이 아저씨는 미안하기만 하다. 아저씨뿐만 아니라 많은 어른들이 뒤늦게 미안해 하고 있단다. 정말 미안하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니.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힘들었겠지... 뉴스에 너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아저씨는 깜짝깜짝 놀라곤 했어. 어떻게 그 여린 몸으로 그런 고통을 다 감내했는지... 그렇게 만든 이 어른들이 모두 잘못했다. 미안하다 원영아. 




늦었지만 하나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 너는 어쩌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있을까?', '변기에 오줌을 흘린 것은 정말 큰 잘못이야.', '바지에 똥이 묻은 것은 내가 너무 잘못한 거야.',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혼나는 거야.'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아저씨도 너만할 때 바지에 오줌을 묻히기도 하고, 밤에 잘 때 이불에 커다란 지도를 그린 게 한두 번이 아니란다. 그래서 이웃집에 소금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었지. 심지어 너보다 더 큰 국민학교 2학년 때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바지에 오줌을 싸기도 했단다. 네 나이 때는 누구나 그런 거야. 게다가 아저씨는 어른이 된 지금도 변기에 오줌을 눌 때 변기에 계속 묻히거든. 그럴 땐 그냥 변기에 묻은 오줌을 물로 씻어내거나 휴지로 닦아내면 된단다.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야. 네가 큰 잘못을 한 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 네 잘못이 아니야...... 너에게 고통을 준 그 친부, 계모라는 사람들이 악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아저씨는 괜히 자꾸 서럽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어른들이 왜 잘 설명을 못하냐고? 글쎄다. 아저씨도 아저씨가 왜 서러운지는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자꾸 마음이 아프고 서럽다. 




처음에 할아버지 곁에 묻혔을 때는 어땠을런지... 할아버지께서 많이 도닥여주셨니? 할아버지도 너무 슬퍼하셨을 것 같구나. 너무 외롭고 힘든 길이었을 것 같다. 다행히 어제 마지막 가는 길에는 친엄마, 친할머니, 외할머니... 나머지 가족들, 그리고 아동센타 선생님들과 함께 했구나. 네가 가는 외로운 길에 네가 보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 함께 했다는 소식에 그나마 마음을 놓았다. 




이제 널 괴롭히던 새엄마와 아빠는 더이상 만나지 않아도 된단다. 너와 함께 고통을 받던 누나는 남은 가족들과 다른 이웃들이 잘 보살펴줄 거야. 이제 고통과 괴로움 다 내려놓고 편히 가렴.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말이지. 꼭 너를 온 마음으로 사랑해주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길 바래. 너는 꼭 그렇게 행복하게 다시 살아갈 수 있길 바래.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네가 좋아하는 피자 많이 먹으렴. 그리고 따뜻한 이불 덮고 자고, 혹시 이불 차내면 부모들이 다시 덮어줄 거야. 재밌는 키즈카페도 자주 가고, 놀이동산도 많이 가서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렴. 그래서 꼭 멋진 어른이 되어서 네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할 수 있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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