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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이 소풍 김밥을 싸다

by 바투리아 201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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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일어나 아이 첫 소풍 김밥을 싸다




아이가 올해 5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오늘 드디어 봄소풍을 가게 되었다. 아이는 소풍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첫 소풍이니 근사한 도시락은 힘들어도 김밥을 싸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김밥을 쌌다.




아내나 나나 김밥은 어머니가 싸주시는 것을 먹거나 분식점에서 사먹을 줄만 알았지 직접 싸보는 것은 생전 처음이다. 김밥을 잘 쌀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아내는 지난 주말 동안 김밥싸기 연습을 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엔 그럭저럭 잘 쌌는데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 모양은 썩 예쁘지 않더라도 그저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들어가 맛있기만 하면 되지 뭐.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오늘이 D-Day였다. 나야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니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아내가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은 결혼 이후로 처음 봤다. 잠이 많고, 특히 아침잠이 많은 아내는 신기하게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김밥재료를 준비했다. 아이의 첫 소풍 도시락은 이렇게 위대한 것이었다. 




김밥은 싸는 것도 어렵지만, 재료 준비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음, 어렵다기보다는 준비할 재료가 많아서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한꺼번에 넣어서 지지고 볶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재료를 각각 익히고 모아서 한꺼번에 말아 김밥이라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므로 시간이 많이 든다. 다양한 재료를 간단하게 한 입에 섭취하려면 이 정도의 노고는 필요한 것이리라. 나와 아내는 아직 미숙해서 그런지 둘이 달라붙어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료 준비에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아이에게 미안하게도 그리 다양한 재료를 준비하진 못했다. 단무지, 당근, 우엉, 햄, 계란, 김, 밥. 이게 다였다. 조금 평범해보이지만 집 근처 생협에서 구입한 싱싱하고 유해물질이 별로 없는 좋은 재료였다. 







<아내와 함께 작업 중인 김밥 재료들>




<결혼 이후 최초로 새벽 4시에 기상해 열심히 김밥을 말고 썰고 있는 아내의 손. 

김밥을 예쁘게 써는 것도 기술인 것 같다>






<도시락 통에 최대한 반듯하게 예쁘게 담으려고 노력하는 중>




아이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이 김밥을 먹었다. 김밥어 터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유아용 젓가락을 사용해서 잘 집어 먹었다. 햄만 쏙쏙 골라 먹는 짓은 아직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김밥을 싸주시던 일이 기억난다. 아마도 소풍날 이른 아침이었겠지. 나는 그 옆에 앉아서 맛난 햄이나 익힌 계란을 집어 먹곤 했다. 아마 그 재료를 만드느라 어머니도 새벽 일찍 일어나 준비하셨거나 그 전날 밤늦게까지 준비하다 늦게 주무셨을 것이다. 나는 그땐 그런 사실을 몰랐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이 봄소풍 김밥을 싸고 나니 우리가 '부모'라는 존재가 된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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