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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의 육아이야기

아들의 사려깊음 "아빠도 화나는 거 잘 참았지요?"

by 바투리아 201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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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6살이 된 큰 아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 천식, 각종 알러지 질환에 시달려 왔다. 2살이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아토피 피부염은 말끔히 사라지고, 알러지를 일으키는 음식들도 아주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찬바람이 조금만 불면 알러지성 비염에 시달리고 연신 기침을 해댄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씽씽 불 때는 어김없이 코 안이 꽉 막히는 것 같다. 




항상 코 속이 불편해서인지 자꾸 코를 실룩거리거나 찡긋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두어달 된 것 같은데 우리가 자꾸 지적을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지적을 해서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나서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자기가 고른 책인데도 불구하고 딴청을 부리며 자꾸 코를 실룩거린다. 그래서 첫 번째 지적을 했다. 그런데도 또 같은 행동을 한다. 두 번째 지적을 하고선 계속 책을 읽어줬다. 그런데 여전히 딴청을 피우며 코를 움직인다. 나도 갑자기 짜증이 밀려든다. 세 번째 지적을 했다. 세 번째 지적은 아주 정색을 하면서 제대로 했다. 아이가 알겠다고 하면서 이젠 그 행동을 한 번 하고, 내 눈치를 보고 또 한 번 하고 내 눈치를 살피곤 한다. 나는 눈은 책으로 가 있지만 녀석의 행동을 다 보고 있었다. 내가 네 번째 지적을 했다. 약간 화를 내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이는 내가 그러한 표정을 지으며 화난 목소리로 야단을 치니 놀라고 무서워 하는 기색이다. 그러면서 어찌 어찌 겨우 동화책 한 권을 다 읽었다. 




30분 쯤 지났을까. 잘 준비를 마치고 나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해서 안방에 종이를 깔아주었다. 아이는 종이 앞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려다 말고 나를 보고는 "오늘 저 혼나는데도 안 울었죠? 잘 참았지요?" 라고 말했다. 나는 "응, 참 잘했어. 혼난다고 해서 울면 안돼."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이가 "아빠도 화나는 거 잘 참았지요?"라고 다시 말한다.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아빠가 무척 화가 났는데도 참았다고 생각하다니, 참 사려 깊은 아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저녁 내내 쌓여 있던 짜증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아이가 무척 사랑스러웠다. "맞아. 아빠도 잘 참았지. 아빠랑 뽀뽀~!"라고 하자, 아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내 입에 입을 맞춘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아빠의 마음이 어땠는지, 이제 알 것 다 알고 있구나. 다 컸다. 이 녀석. 이제 6살. 언제까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우리 부부 옆에 있어줄런지......사랑하는 아들아, 이런 소중한 기억들 잊고 싶지 않구나.




<2016년 새해 첫날 찾아간 서오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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