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세돌씨와 AI의 세기의 대결을 지켜본 결과인지 올해 어린이날 선물로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이에게 바둑판과 장기판을 선물하셨다. (바둑 장기 외에도 빅 사이즈의 지구본도 주셨다) 아이가 이세돌만큼 똑똑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이 이야기를 듣고선 나는 내심 회의적이었다. 6살 아이가 바둑에 과연 흥미를 가질까? 집중력있게 한 판 둘 수 있을까? 앉아 있는 것조차 가능할까?라는 의구심 말이다. 그래도 부모님이 하시는 일이라 크게 반대하진 않고 그냥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어제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를 데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갔더니 새로 구입해 반짝반짝 빛나는 바둑판과 장기판이 있었다. 반지르르한 느낌이 아주 새로웠다. 내가 어릴 때 갖고 놀던(!) 바둑판과 장기판은 세월의 흔적 때문에 반짝반짝 광이 났는데,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 새로운 바둑판도 언젠가 손 때가 묻어 반지르르 해지겠지. 바둑판의 상표는 '신의 한 수'다. 재밌는 이름이다.
어떻게 하지는도 잘 모르면서 연신 벙글벙글 웃는다. 얘야, 그렇게 재밌니? 새로운 세상을 접한 아이는 연신 호기심과 흥미를 잃지 않고 달려든다. 옆에서 지켜보는 난 그저 흐믓한 기분이다.
조금 앉아 있다가 금세 지루해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둔다. 재미있다고 계속 웃으면서 말이다. 어느 누가 자기 아이가 예쁘지 않겠냐마는 정말이지 차분하게 바둑을 두는 모습에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이 모습을 보시더니 어서 바둑을 가르쳐야 한다고 연신 주장한다. 두뇌계발에 좋다고..ㅎㅎ
어느 덧 상당히 돌을 많이 놓았다. 아이는 '둘러싸서 잡아 먹는다'라는 개념은 확실하게 익힌 듯하다. 연신 할아버지의 돌을 잡아먹으려고 달려든다. 할아버지도 적당히 봐주면서 백돌을 놓는다.
이렇게 바둑을 한 판 두고 또 한 판을 끝까지 두었다.
나도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웠다. 아버지가 휴일에 바둑판 하나 놓고 책 한권 손에 쥔 채 혼자 바둑을 두는 것을 많이 봤다. 그 때 나도 조금 배우긴 했는데 바둑보다는 장기나 오목 따위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형과 함께 했던 '알까기'를 하느라 바둑을 제대로 배우진 못했다. 부모님이 집에 안계실 땐 집에 있는 책들을 다 꺼내서 늘어놓은 후 모든 바둑돌을 투입해 거대한 알까지 전쟁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물론 형에게는 항상 패배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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