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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의 육아이야기

친구에게 맞았다고 하는 6살 아이의 거짓말

by 바투리아 2016.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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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5살 무렵부터였던가 슬슬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둘러대고 핑계대고 없던 일을 있다고 했다. 있던 일을 없었다고 하는 것은 조금 드물었다. 때때로 거짓말을 할 때 상황에 따라 모르는 척 넘어가기도 했고 야단을 치기도 했다. 

 

 

 

그런데 그저께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첫째 아이가 저녁 무렵에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면서 "OO이한테 맞았다. 이틀 동안 2번 맞았다"라고 말했다. 나와 아내는 깜짝 놀라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맞은 건지 물어보았고 아이는 그 상황을 대략 설명해줬다. 그냥 이유없이 팔이랑 등을 손바닥으로 때렸다는 것. 그래서 이에 대한 대응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일단 아이가 스스로 그러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가 아들에게 훈련(?)을 시켰다. 친구가 때리려고 하면 또는 때리면 "하지마!!!!"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 그리고 "왜 자꾸 때리는 거야? 때리지마!!!"라고 외치기.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그 고함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으며, 오히려 들을 필요가 있음. 반대로 친구가 자신을 때렸다고 해서 상대방 친구를 똑같이 때리지는 말 것 등등. 아이는 신나게 함께 "하지마!!!"를 외치며 연습을 했다. 말하자면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만약 그 고함 소리를 듣고 선생님이 오셔서 왜 소리를 질렀니?라고 물으면 어떻게 해야 돼?"라고 아이에게 묻자 아이의 대답이 요상했다. "응, OO이한테 미안하다고 해야돼. OO이가 나를 때렸다고 거짓말 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헛...... 거짓말이었니? 나와 아내는 둘 다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친구가 이유없이 때리거나 괴롭히는 일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므로 상대방이 때렸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계속 같이 연습했다. 어쨌든 같이 소리를 좀 지르고 나니 모두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조금 알아 보니 이 무렵의 아이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이 있으면 자신이 그 대상에게 '맞았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누군가가 '때린다'는 것은 상당히 안좋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런 나쁜 이미지를 자신이 싫어하는 상대방에게 투영시키는 것이다. 어쩌면 상대방과의 관계의 갈등이 자신에게는 물리적으로 맞는 것 수준으로까지 느껴지는 수도 있겠다. 정신적 폭력을 당한다고 느끼는 것인가? 천방지축 막무가내인 5~6살 아이들 사이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관계로 5~6살의 아이가 누군가에게 맞았다고 이야기할 때 부모가 흥분하거나 상황에 직접 개입을 하면 안되고 오히려 아이에게 대응방법을 알려주면서 상황을 관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수시로 거짓말을 하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겠지만, 일반적인 수준의 애교 수준의 거짓말은 부모가 용납할 수 있을 것이다. 

 

 

 

 

< 2015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 예일유치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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