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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42살, 라섹 수술을 결심했다

by 바투리아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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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잔소리를 수없이 들으며 살아왔다. 아마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비슷한 잔소리를 하곤 했을 것이다. 책 너무 가까이 보지 마라, TV 너무 가까이 보지 마라, 어두운 데서 책 보지 마라 등등. 그 당시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따위의 전자기기가 없었고 오로지 TV 뿐이었으므로 잔소리는 TV와 책에 한정되어 있었다. 

아무튼 그러한 잔소리 덕분인지 고등학교 1학년 겨울까지 꽤 좋은 시력을 갖고 있었다. 교실 맨 뒤에서도 칠판에 있는 모든 글씨가 보일 정도였으니 전혀 시력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커다란 유혹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바로 펜티엄 컴퓨터와 그에 깔려 있는 윈도우95였다. 당시 대학에 진학하게 된 형에게 어머니가 윈도우95가 깔린 펜티엄 컴퓨터를 사주셨는데, 완벽한 신세계였다. 특히 코에이 삼국지4를 접하게 되면서 몰래 몰래 게임을 하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물론 고2를 앞두고 있던 나에게 게임은 금지된 장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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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게임이 너무나 하고 싶어서 새벽에 몰래 형이 자고 있을 때 컴퓨터를 켜고 어둠 속에서 밤새도록 삼국지4 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그리고 학교에서 계속 잤다. 3일째 되던 날 사물이 흐리게 보이고 칠판 글씨가 보이지 않았다. 시력이 크게 손상된 것이다. 어둠 속에서 밤새도록 컴퓨터 화면을 쉬지 않고 들여다보았고, 그것이 3일간 지속되었다. 그랬더니 시력이 매우 나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칠판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대강 살았던 것 같다. 

1998년 대학에 진학한 후 1학년 1학기 때부터 안경을 쓰게 되었다. 그후로 지금까지 안경을 쓰고 있다. 중간에 콘택트 렌즈를 착용해본 적도 있지만 일시적인 일이었고, 그냥 안경을 죽 썼다고 보면 된다. 오른쪽 눈 시력이 상당히 나쁘고 왼쪽 눈에는 난시까지 있어서 안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곤란했다. 

안경이란 건 참 불편한 것이다. 술에 진탕 취한 다음날 아침 안경을 찾을 때, 사우나에서 안경이 계속 뿌옇게 될 때,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안경이 항상 뿌연 상태로 다녀야 할 때 (특히 겨울에!), 운동할 때 땀 때문에 안경을 쓰고 있는 것조차 곤욕스러울 때, 수영장이나 계곡에서 물놀이 할 때 잠수를 할 수 없을 때, 겨울에 실내외의 온도변화가 심한 경우 안경이 뿌옇게 되었을 때...... 등등등등. 불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안경을 큰 아들이 한번, 작은 아들이 한번 밟아서 깨먹었다. 게다가 안경을 오래 쓰다 보니 얼굴과 눈 주변 모양이 바뀌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냥 안경을 벗고 싶었다. 앞으로 수영과 검도를 배우고 싶기도 하고, 여러 운동을 하면서 안경없이 편안하게 운동을 하고 싶었다. 그 외에도 그냥 안경이 싫었다. 그래서 40대, 나이 42살이 된 지금 라섹 수술을 결심했다. 지금 안하면 아마 평생 안경을 쓰고 살아야 할 것 같았다. 마침 2~3개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냥 눈 딱 감고 결심했다. 해치워버리자. 

좀 더 알아보니 40대 초반의 나이라면 언제라도 노안이 올 수 있는 나이이므로 양쪽 시력을 짝짝이로 교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노안으로 인해 조만간 다시 안경을 써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단 10년 만이라도, 아니 5년 만이라도 안경을 안쓸 수 있다면 라섹수술을 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2021년 9월 4일, 라섹수술을 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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